2026년 3월 1일 (가해) 사순 제 2주일
새벽이 빠르게 다가온다. 5시 40분 자전거 타고 성당 가는 길이 벌써 밝아온다. 어제 어머니께 성당에 미사 가시겠냐고 하니 아직 힘들것 같다고 하신다. 봄이 완전히 오면 그 때 가실 수 있을 것 같다. 집에서도 평화방송으로 미사를 보시니 사실 영성체를 하지 못하는 것을 제외하면 어딘들 다른 점이 있겠냐 싶다.
오늘은 매월 첫 주마다 돌아오는 미사 중 성체조배를 하는 날이어서 신부님 강론이 생략되었다.
목음 말씀은 마태오 17장 1절에서 9절까지의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이야기이다. 예수님의 얼굴이 해처럼 빛나며 모세와 엘리야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구름속에서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라는 소리가 났다고 한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날 때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셨다.
주보의 생명의 말씀에서 정순택 주교님은 사순 시기에 우리에게 하시는 하느님의 말씀이 바로 "가거라." 와 "들어라."라고 하신다. 모세에게 익숙한 것을 떠나 자신이 안주하는 삶의 방식을 벗어나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새로운 삶을 살으라는 것과 하느님의 말씀을 들고 묵은 자리를 박차고 새로운 모습으로 일어나야 한다고 하신다. 하느님의 말씀만이 우리의 등불이 되고 우리를 인도해주는 빛이 될 것이라고 하신다.
하느님께서는 분명 내게도 많은 말씀을 하시고 계실 것이다,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시거나 꿈에 나타나지는 않으실지라도 분명 많은 사인을 주고 계실텐데 미욱한 나로서는 알아 차리기가 참 어렵다. 아니 거의 못 알아 듣는다는 것이 옳은 말일게다. 가족들을 통해서, 친구들을 통해서, 나를 둘러싼 이름모를 사람들을 통해서 그리고 여러가지 사건 사고를 통해서 끊임없이 말씀하실텐데 현실에 안주하여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고 있다.
당장 큰 불편만 없다면 아니 당장 큰 불편이 없으니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일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냥 이대로 흘러가면 된다라는 생각이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제 내게 주어진 시간은 평균으로 계산해도 10여년 남았는데 말이다. 어떻게 남은 시간을 살아내야 할까 떠올려 보면 답답하고 두렵기까지 하지만 금방 잊어버리고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긴다. 위안은 지금 내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 이라고나 할까? 나쁘지 않으니 좋은 것이라는 긍정적 사고 방식이라고나 할까? 사실 깊게 생각해봐도 현재의 내 삶에 만족한다. 하루하루 지루하지 않고 바쁘게 살아가고 아직은 건강하며 현재까지 모자라거나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으니 이만하면 분에 넘치는 행복이 아닐까 한다. 그러니 내게 "가거라." "들어라."가 귀에 닿지 않는가 보다.
성당 다녀와 이 글을 쓰는 동안 벌써 날이 환해졌다.
빛은 언제나 어두움을 밀어낸다. 그러나 어두움도 언제나 빛을 가린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남은 내 삶도 잘 살아낼 것 같다.
어머니 아침 식사 챙기러 가야할 시간이다.
주님!
제게 주어지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기꺼이 감수하도록 제게 용기와 지혜를 허락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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