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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들이 쓴 시

갑자기 이 세상에 기적이 일어나

by 눈떠! 2007. 2. 21.
 

갑자기 이 세상에 기적이 일어나

                                                                                                 한 성 덕

어느 날 메머드가 얼음 속의 눈을 깨인다


방글라데시를 덮치려던

쓰나미가 불현듯 물러서고

오두막집에 아기가 태어나

이란 상공의 스텔스기가

두팔을 뒤로 꺾는다


코끼리가

스칸디나비아의 눈을 밟으며

전나무를 뜯고

소말리아에 부슬비가 온다

사하라의 가슴에 민들레가 움튼다


방금 기지에서 발사된

토마호크 미사일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순룩은 기린과 함께

아카시아 너머 초원을 바라본다


빌게이츠씨가

할인마트 점원인 아내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얼룩말 누우의 행진은

시베리아로 이어진다


소시민 김대호 씨의 자서전이

베스트셀러로 읽히고

갑자기 시집한권이 팔린다

한 에스키모가 토인족 추장과 함께

짙은 담배 한모금으로

서울 밤공기를 덧칠한다


어느 날 메머드가 얼음 속의 눈을 뜨고


꿈을 꾸던

시인은 이불 밑에서


쓰나미 소말리아기아 이란폭격

빌게이츠자서전 빙산의붕괴로

뒤범벅된, 얼룩진 뉴스를 보다

하품으로 TV전원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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